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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궁전-

우리들은 늘 코 앞에 닥친 일만 보다 모두 근시가 되었고

발등에 떨어진 불만 보다가 모두 난시가 되었다

늘 일에 파묻히고 늘 사람들 가운데 둘러싸여

지척을 분간하지 못하고 모두 사시, 약시가 되었다

그런데 겨울은 우리들에게 공간을 열어주었다

나무는 빈손을 들고, 숲은 숨통을 트고

많은 여백을 가져다 주었다

나무 사이로 멀리 보고, 

구멍 난 숲으로 깊은 곳을 보게 되었다


나이 들면 노안으로 원시가 된다던데

문화적 근시들이 역사적 원시들이 되어간다

겨울의 여백을 통해 길게 보고 멀리 보고 깊게 보게 되었다

겨울은 우리의 눈에 현미경을 떼어내고 망원경을 달아준다

겨울을 통해 봄을 보고

공간을 통해 충만함을 보고

이별과 고독을 통해 만남과 친교의 장래를 본다

겨울은 인생의 망원경